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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10-07 20:45

연중 27주 수요일

1,970
김오석 라이문도

주님,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것처럼,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루가 11,1)

 

기도하고 계신 예수님께 제자들이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청한다. 그에 대한 응답으로 예수님이 직접 가르쳐 주신 기도가 바로 주님의 기도. 하느님 나라의 도래에 대한 간구(루가 11,2)와 육신을 지닌 존재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질의 청원(루가 11,3), 그리고 아름다운 인간관계에 필요한 조건들(루가 11,4)을 청하는 내용을 루가가 전하는 주님의 기도가 담고 있다.

 

이 짧은 기도 안에 하느님을 믿는 우리 신앙인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태도와 가치관이 모두 담겨 있다. 예수님은 기도하는 사람의 빈말을 싫어하신다.(마태 6,7-8) 꼭 들어 주실 것임을 믿으라고 하신다.(루가 1,45: 11,9-10)

 

우리가 드리는 주님의 기도는 과연 하느님께서 꼭 들어주신다는 확신 아래 기도문의 말마디 하나하나를 깊이 묵상한 결과로서 바치는 알맹이 꽉 찬 그런 기도가 되고 있는가?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 타성적으로 외운 것을 내뱉는 앵무새의 의미 없는 반복이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어쩌면 입으로 외우는 주님의 기도는, 그와는 정반대로 살고 있는 우리의 습관화된 불신과 불충을 확인시키고 드러내는 역할만 충실히 해주고 있다.

 

하늘에 계신하지 마라.

세상일에만 빠져 있으면서.

우리라고 하지 마라.

나 혼자만 생각하며 살아가면서.

아버지라고 하지 마라.

아들, 딸로 살지 않으면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라고 하지 마라.

자기 이름을 빛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면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라고 하지 마라.

물질 만능의 나라를 원하면서.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소서.”라고 하지 마라.

내 뜻대로 되기를 기도하면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고 하지 마라.

죽을 때까지 먹을 양식을 쌓아두려 하면서.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라 하지 마라. 누구에겐가 아직도 앙심을 품고 있으면서.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라 하지 마라.

죄 지을 기회를 찾아다니면서.

악에서 구하소서.”라 하지 마라.

악을 보고도 아무런 양심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아멘이라고 하지 마라.

주님의 기도를 진정 자기의 기도로 바치지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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