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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10-07 20:46

연중 27주 목요일

2,023
김오석 라이문도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루가11,9)

 

주님의 기도를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신 예수님은 이제 기도의 태도와 기도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게 되는 것에 대해 말씀하신다.

 

오늘 복음의 예는 이렇다. 한 밤중에 벗을 찾아 빵을 얻으려 할 때, 잠자리에 든 그 벗이 거절한다 하더라도, 줄곧 졸라대면 필요한 만큼 빵을 내줄 것이라는 얘기다. 기도는 끈질긴 인내와 지속적으로 행하는 항상심(恒常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청하는 사람은 청하는데 지치면 안 된다.

 

그 다음에 나의 기도는 하느님께서 반드시 들어주신다는 확신을 갖는 일이다. 신뢰심이 필요하다. 기도하면서 청하는 나의 청원이 이미 이루어졌음을 확신하고 감사의 기도를 먼저 할 수도 있겠다. 내가 미처 청하지 못한 것까지도 내게 필요한 것이라면 풍성하게 베풀어 주시는 주님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 반대로 아무리 내가 원한다 해도 내게 불필요한 것은 주시지 않음도 믿어야 한다.

 

기도란 골방에 들어가 묵주기도하고 청원하고 눈물 흘리며 탄원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기도란 내가 청하고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한 행위가 곁들여져야 한다. 발품을 팔고 움직이고 뛰며 사람을 만나고 방법을 찾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육중하게 닫혀 있어 결코 나를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 닫혀있는 육중한 문 앞에서 주저앉아 울지 말고 손에 피멍이 들도록 두들기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사람들은 푸념한다. ‘그렇게 열심히 기도했는데도, 열심히 찾았고, 피가 나도록 두드렸지만 하느님은 아무 것도 들어주시지 않았어요. 시험에도 합격 못했고, 사업이 성공하지 못했어요. 엄마의 병이 낫질 않았고, 우리 아들 장가도 못 갔어요!’ 하면서 원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한다. 항상심과 신뢰심을 지니고 정성을 다해 오랜 시간 기도했다면 하느님께서는 결코 우리를 빈손으로 되돌려 보내지 않으신다는 것을.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잘 주시겠느냐?”(루가 11,13) 나의 현세적 청원이나 기도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하느님 보시기에 그것이 나에게, 나의 구원을 위하여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표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겠다. 때로는 그 시기가 많이 늦춰질 수도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청하는 것이 주어지지 않아도 우리는 기도를 통해 고난을 극복할 힘을 얻고, 주어진 조건에 감사하며 사랑의 사람이 될 수 있다. 세상에 대한 달관의 눈을 얻고 사건이나 사람의 이면을 볼 수 있는 통찰력을 얻을 수도 있다. 이것이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성령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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