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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10-11 22:55

연중 28주 월요일

1,984
김오석 라이문도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 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루가 11,29)

 

요나의 표징이란 이것이다. 니네베 사람들의 회개를 선포하라는 하느님의 명을 거슬러 도망치던 요나는 큰 물고기 뱃속에서 사흘 밤과 사흘 낮을 지내고 다시 땅으로 살아 나온다. 두 번째 하느님의 명에 따라 니네베에 가서 회개할 것을 외치고, 그들이 그 말씀을 따름으로써 구원을 받은 것을 말한다. 니네베는 이방인의 지역이었지만 요나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보았고, 요나의 외침을 하느님의 음성으로 알아들었다.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들은 진실과 진리를 알아본다. 그리하여 자루 옷을 입고 단식을 선포하고 재를 뒤집어쓰고 뉘우침으로써 하느님의 진노를 거두게 하였다.

 

예수님은 몰려오는 군중들의 속마음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계신다. 예수님의 말씀과 여러 표징이 말하는 의미를 해독하고 삶을 돌이키고 새로움으로 나아가려는 결단 없이, 그저 병의 치유와 마귀 추방 그리고 배고픔의 해소와 함께 메시아의 표징만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보여줄 것은 없다고 선언하신다. 다만 요나의 표징이 의미하는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보여주겠지만, 군중들에게 그것은 너무 늦은 일이 될 것이다.

 

니네베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았고, 요나 안에 함께 하신 하느님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의 진면목을 알아보는 눈이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은 요나를 훨씬 능가하는 분이신 데도 군중들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들의 생각으로만 예수님을 판단한 것이 잘못이었다.

 

보이는 것의 진면목을 알아 봄, 즉 깨달음은 바로 봄에서 시작한다. ‘바로 봄이란 온갖 선입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사물, 사람, 자연을 관찰하는 것이 핵심이다. 어떤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은가? 그 사람의 행동을 예의 주시 바라보고, 그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듣고 충분한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단 누군가를 알려고 하는 것은 그와 소통하고, 사랑하기 위함이다.

 

예수님의 말씀과 원의를 알아채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다. 나의 주관과 습관적 경향에 치우쳐 예수님을 재단하고 도구화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겠다. 오히려 그분께서 진정 나에게 원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볼 수 있는 마음을 지닐 수 있기를 기도해야 하겠다. 내가 그분의 지상에서의 도구가 되어야지 그분이 나의 세상 삶의 편리를 위한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지속적인 말씀 공부와 묵상을 통해 그분을 만나고 알아나가는 일에 게을러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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