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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10-18 23:37

연중 29주 월요일

2,037
김오석 라이문도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루가 12,15)

 

물론 병원에 가서 치료하면 금방 나을 병이지만 지독하게 가난해서 병원에 갈 형편이 안 되는 사람에겐 이 말씀이 마음에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단순한 진리에 접하고 보면, 사람의 재물이 생명을 잠시 연장해 줄 수 있겠지만, 결국은 아무리 많은 재물로도 결국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모두가 그런 시한부의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마치 천 년 만 년 살 것처럼 재물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발버둥 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유란 무엇인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재물의 성격을 신앙인들은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가? 모든 재물의 주인은 세상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하느님의 것이고 인간은 그 관리자일 뿐이다.

 

어떤 부지런한 농부가 있었다. 야산을 개간해서 밭을 만들고 열심히 일해 한 평 두 평 땅을 사 모아 어느 정도 살만큼 되었으나 농토가 좀 더 넓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하루는 그 마을을 지나가던 나그네가 말하기를 자신이 살던 마을에 엄청난 땅을 가진 사람이 있는데, 아주 헐값에 판다고 했다. 그 사실을 확인한 농부는 자기 농토를 모두 팔아서 그 마을을 찾아 갔다.

 

땅을 팔겠다는 주인을 만나서 한 평에 얼마요? 하고 흥정하는데, 땅 주인이 말하기를 자신은 땅을 평수로 파는 것이 아니라, 그냥 돈을 내고 아침 해가 뜰 때 출발해서 해질 때까지 돌아오면서 금을 그어놓은 것은 다 가져가라고 했다.

 

얼씨구나! 농부는 돈을 지불하고 해가 뜨자마자 출발했다. 마라톤을 하듯 아주 좋은 땅만 골라서 계속 금을 그어 갔다. 갈수록 기름진 땅이 나왔다. 힘들긴 했지만 좋은 땅을 눈앞에서 포기할 수 없었다. 갈증에 목이 타고 숨이 넘어갈 것 같았지만 한 평이라도 더 많은 땅을 차지하려고 더 멀리 돌아서 계속 달렸다.

서산에 해가 떨어질 무렵에야 기진맥진, 천근같은 몸을 이끌고 출발했던 자리로 돌아왔는데 도착하자마자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숨이 넘어가면서 쳐다 본 땅 주인은 악마로 변해 흡족한 미소를 짓고 서 있었다.

일꾼이 농부를 묻기 위해 구덩이를 팠다. 그 구덩이의 길이는 죽은 농부의 키를 살짝 넘는 약 2미터에 불과했으며, 농부는 거기에 묻혔다.

이 이야기는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가 쓴 사람에게 땅은 얼마나 필요한가.’라는 단편소설의 내용이다. 재물 모으는 욕심으로 목표 없이 살다 죽어가는 인간들의 소유욕을 풍자하고 있다.

오늘날 자본주의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기 능력껏 열심히 노력해서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재산을 모은 것은 정당하다.’라고 당연하게 말한다. 그러나 많이 가질 수 있는 능력 자체가 바로 세상과 이웃들과 함께 나누고 누리도록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가 가진 재물은 악마의 것일 뿐이다.

 

하느님께서는 진흙으로 사람의 형상을 빚은 다음 당신의 숨결을 불어넣으심으로서 살아 움직이는 생명을 창조하셨다. 진흙과 같은 물질에 하느님의 숨결이 깃들 때라야 살아있는 생명이 된다. 우리가 가진 모든 재물 역시 항상 살아있고 생명을 지닌 것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은 나의 재물이 공동체와 세상의 발전을 위해 창조적으로 사용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기꺼이 나의 재물을 필요한 이들에게 내어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부와 명예는 분명 하느님께서 주신 축복임을 믿으며 감사드린다면, 먼저 내가 지닌 재물에 과연 하느님의 숨결이 스며있는가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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