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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10-23 22:29

연중 29주 토요일

2,874
김오석 라이문도

실로암에 있던 탑이 무너지면서 깔려 죽은 그 열여덟 사람, 너희는 그들이 예루살렘에 사는 다른 사람보다 더 큰 잘못을 하였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루가 13,4-5)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물속에 수장된 304명의 목숨이 대한민국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큰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회개하지 않으면 다음 차례는 바로 네가 될 것이다.”

 

우리가 회개했다는 증거는 어떤 것일까? 사고 발생 원인의 철저한 조사, 재발 방지책 마련, 의혹 하나 남기지 않은 진실 규명, 사고 책임자 문책이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 이미 이것이 이루어졌는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 죄로 얼룩진 구제불능의 상태니 자포자기 심정으로 모른 척 하면서 살까? 더럽고 오염된 연못에 사는 붕어는 단 한 마리도 빠짐없이 병균이 득시글한 더러운 물을 먹고 산다. 그리스도인은 이 연못의 물을 정화하려고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헌신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술에 만취한 운전사가 버스를 운전하는 것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되는 이치다. 운전사를 버스 밖으로 내쫓다가 피를 흘리게 되더라도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가만두면 버스 승객 모두가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궁극적 원인 요소를 제거하거나 교정하지 않으면 불행은 계속된다. 세상의 고난과 불행의 원인이 되는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고 바로잡고 복음의 정신에 맞게 작동하도록 애쓰는 일이 복음화다.

 

나는 나의 삶의 현장에서 어떤 말과 행동을 통해 복음화의 백짓장을 맞들고 있는지 돌아보는 오늘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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