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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10-25 23:35

연중 30주 월요일

2,373
김오석 라이문도

그곳에는 열여덟 해 동안이나 병마에 시달리는 여자가 있었다. 그는 허리가 굽어 몸을 조금도 펼 수가 없었다.”(루가 13,10)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손을 얹으셨다. 그러자 그 여자가 즉시 똑바로 일어서서 하느님을 찬양하였다.”(루가 13,12)

 

오늘 복음의 핵심은 안식일 논쟁이다. 안식일에 여인의 병을 고쳐준 예수님을 향해 회당장이 화를 내며 비난했기 때문이다.

 

안식일이란 선행을 쉬라는 말이 아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육신으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일은 때와 장소를 가릴 이유가 없다. 안식일은 우리들의 악한 생각과 악한 행동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 날로 보는 것이 옳다.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와 악행을 멈춤, 그리고 다시 새로움에로 나아갈 준비와 결의를 다지는 날이 안식일의 본질이다.

 

열여덟 해나 병으로 허리가 굽어 몸을 조금도 펼 수가 없어 오직 땅만 바라봐야 하고 땅 냄새만 맡고 살아가는 여인은 어떤 사람인가? 하늘을 볼 수 없는 여인은 죄악에 포박되어 물질과 쾌락으로 대변되는 세상 것의 노예로 살아가는 사람을 상징한다. 예수님은 당신의 손을 얹어 그 여자가 똑바로 일어서서 하느님을 찬양하도록 이끄신다. 안식일에도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를 위한 여정에는 쉼이 없다.

 

하늘이 보이는가? 하늘을 보면서 살아가는가? 그리스도인이란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지만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을 그리워하는 존재다. 어떤 이유에서든 하늘을 바라볼 생각도, 여유도 없이 살아간다면 오늘 복음에 나오는 땅만 바라보고 땅 냄새만 맡고 살아가는 허리 굽은 여인과 다를 바 없다. 눈에 보이는 것에 현혹되지 말고 보이지 않는 하늘을 볼 수 있는 영적 눈뜸에 마음을 두어야 한다.

 

예수님께 나아가 손을 얹어달라고 청하자. 땅만 바라보고 땅 냄새만 맡고 살아가는 지렁이 같은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을 바라보고 예수님의 흉내를 내며 완전함으로 나아가는 길 위에 있게 해달라고 청하자.

 

하느님을 바라보고 예수님의 흉내를 내는 복음의 가치 중 하나를 오늘 우리는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 사람과 규정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날 때 복음의 선택 기준은 언제나 사람이라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실제는 만만치 않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을 수 있는가? 말이 그렇지 인간의 감정은 그리 쉽게 죄와 죄인을 분리하지 못한다. 원치 않는 사람의 방문으로 나의 귀한 시간이 잠식될 때, 인내하고 기다려주고 귀 기울여 줄 수 있는가?

 

과연 나는 사람을 공적인 규정이나 사적인 자기규칙보다 상위에 두고 살아갈 수 있는지 질문하고 성찰하는 오늘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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