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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10-26 20:16

연중 30주 화요일

2,309
김오석 라이문도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가 자기 정원에 심었다.”(루가 13,19)

 

작은 것의 소중함을 묵상하게 하는 말씀입니다. 성공이란 큰 사람이 되어 세상을 좌지우지 하는 것에 있지 않다는 말씀으로도 읽힙니다. 나의 삶의 자리에서 반복되는 일상을 겸손한 봉헌으로 행함이 하느님 나라를 이루는 원초적 힘이라는 뜻으로 다가옵니다.

 

서로 사랑하는 부부가 마음이 상하는 이유는 사소하고 작은 것의 소홀함 때문입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생기면 마음을 모아 합심하지만, 소소한 감정의 움직임에 무디거나, 사소한 일상의 약속을 잊거나 외면하면 사랑이 식어가는 것이 아닌가하여 조바심 내며 짜증을 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랑은 작은 것에 아파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알고,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작은 잘못과 사랑의 결핍에 대해 아파합니다. 사랑이 깊을수록 작은 잘못이 크게 보이는 법입니다.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쉬고 난 뒤 다시 하느님께 나와 고백성사를 보는 교우들은 사소하고 작은 잘못에 둔감합니다. 하느님과 사랑의 관계에서 그만큼 멀어졌기에 작은 것에 아픔을 느끼지 못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미워하고 관계를 단절하고 지내는 사람들의 그 시발점은 너무나 하찮은 것일 때가 많습니다. 생각 없이 내뱉은 한마디가 상처가 되고 자존심을 상하게 합니다. 반갑게 인사했는데 상대편이 인사를 받지 않았을 때 무시당했다고 속상해하고 마음에 미움의 씨앗을 뿌리고 키워나갑니다. 실은 딴 생각에 골몰하여 미처 의식하지 못했을 뿐인데도 작은 오해가 사람의 관계를 나락으로 몰고 가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고 했습니다. ‘너희 가운데너와 나 사이라는 말로도 이해됩니다. 人間이란 한자어가 사람 사이라는 뜻인 걸로 보아, 인간 존재의 의미는 너와 나 사이의 관계라고 봐도 좋을 듯싶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너와 나 사이의 좋은 관계가 하느님 나라의 출발이며 마침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듯합니다.

 

함께 살아가는 가족과 이웃, 직장 동료와 교우들과의 만남에서 작고 사소한 일, 작은 사랑의 말과 몸짓에 신경 써야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쫀쫀하고 쩨쩨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나는 정성과 관심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보되, 다른 사람의 태도에 대해서는 쿨하고 대범한 대처가 좋을 듯싶습니다.

 

오늘 우리 각자의 마음에 작은 겨자씨 하나를 심어 그 작은 씨가 자라 수많은 사람들이 깃들 수 있는 푸근하고 시원한 그늘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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