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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10-28 23:08

연중 30주 목요일

2,019
김오석 라이문도

보라, 오늘과 내일은 내가 마귀들을 쫓아내며 병을 고쳐주고, 사흘째 되는 날에는 내 일을 마친다. 그러나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내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예수님은 세상에 오셔서 뭘 하셨는가?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고 그 나라의 원리를 가르쳤고 당신의 몸으로 보여주셨다고 답하는 것이 맞습니다.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는 통치 권력과 기득권자들의 이해와 충돌하였고, 예수님은 늘 그들을 비판했습니다. 통치자들과 기득권자들 역시 예수님에게 독기를 품고 있었습니다. 예수님 주변에는 신원조차 파악할 수 없는 하층민들이 때로는 5천명도 넘게 따라다녔습니다. 지배계급은 바로 예수님과 예수님 주변에 몰려든 가난한 백성들의 동향에 신경이 쓰였고 혹시 그들이 봉기를 일으키니 않나 노심초사 했습니다.

 

예수님과 적대적 위치에 있던 헤로데와 빌라도, 예루살렘의 종교지도자들과의 대결 양상을 생각해 볼 때 예수님의 생전 활동은 모두 정치와 종교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었고,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이 그들의 기반을 흔들어 위기감을 증폭시켰음이 분명합니다.

 

헤로데의 위협이 목전에 다가온 오늘, 그 소식을 가져온 바리사이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헤로데가 선생님을 죽이려고 합니다.”(루가 13,31) 그들에게 하신 예수님의 오늘 말씀은 당신의 구체적인 소명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동시에 세상의 불의한 권력인 헤로데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고 당신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마귀축출. 마귀란 인간의 외부에서 인간을 공격하여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타락시키거나, 고통을 주는 바깥에서 인간을 공격하는 못된 힘들을 말합니다. 이 힘은 한 개인(헤로데라는 권력자 개인)을 통해서도, 그룹(헤로데의 권력에 빌붙어 살아가는 기생권력자들)을 통해서도, 그리고 불의한 권력이 필연적으로 빚어내는 사회구조의 모순을 통해서도 작동하며 인간을 망가뜨립니다. 예수님은 이 못된 힘들과 맞서 이기고 쫓아내고 치유하시는 분입니다.

 

질병의 치유. 질병은 인간의 내부에서 인간을 황폐화시키고, 고통을 주고, 짓눌러 인간의 존엄한 품위를 잃어버리게 하는 내부의 나쁜 힘입니다. 예수님은 질병을 고쳐주시는 치유자로서 당신의 역할을 오늘도 내일도 하시는 분이십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귀의 힘에 포박된 채로, 질병의 질곡에 팽개쳐진 채로 하느님 나라는 아직 멉니다. 그러므로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내모는 외부와 내부의 모든 나쁜 힘들과의 싸움 그리고 승리는 하느님나라를 위해 꼭 필요합니다. 이 싸움에 예수님을 스승으로 모시는 우리가 나서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바로 이 일을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하시기 위해 세상에 오셨고 그 때문에 예루살렘에서 죽을 운명임을 이미 예감하셨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내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예언자는 예루살렘이 아닌 다른 곳에서 죽을 수 없기 때문이다.”(루가 13,30)

 

우리 역시 살아 숨 쉬는 동안 부딪힐 수밖에 없는 외부와 내부의 못된 힘들과 긴장을 늦추지 않는 싸움을 계속해야 합니다. 그 싸움은 금방 끝나는 싸움이 아닙니다. 죽을 때까지 물러설 수 없는 생애를 건 투쟁입니다. 그것은 사랑하기 위한 싸움이고, 사랑하는 몸부림입니다. 불의와 부정을 없애기 위한 싸움이고 죄를 벗으려는 발버둥입니다. 우리 모두 그 길 위에서 만나 두 손을 마주잡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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