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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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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11-05 23:46

연중 31주 금요일

2,501
김오석 라이문도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루가 16,8)

 

오늘 복음의 내용을 정리해봅니다.

자기의 재산을 낭비하는 집사를 주인은 그만두게 하려합니다. 그런데 이 불의한 집사는 주인에게 빚진 자들을 불러 빚을 반이나 혹은 일부를 탕감해주고 후일 자신의 실직 상태에 대비합니다. 빚을 탕감 받은 이들이 자기를 환대할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 한 일이지만, 오히려 이 일을 통해 주인으로부터 칭찬을 받게 됩니다. 아마도 빚을 줄여준 집사의 행위가 주인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생각한 사람들이 주인을 칭송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뻔히 보이는 닥쳐올 일에 대해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찌할 방도가 도대체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사람들이 나름대로 최선의 준비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오늘의 예화에서 예수님이 칭찬하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남의 재물을 마치 자기 것인 양 마음대로 처분하는 집사의 태도를 칭찬한 것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의 불행에 대비하는 자세를 칭찬함으로써 다가올 하느님나라도 그렇게 철저히 준비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세상의 재물을 이용하여 하느님나라를 맞이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리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실 세상의 모든 재물은 하느님의 것이고 우리는 그것의 청지기 즉 관리인일 뿐입니다. 만일 우리의 청지기 역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지혜로운가? 라는 질문도 아울러 제기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죽음을 앞에 두고 살아가는 인생일진대 이 질문은 우리로 하여금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기꺼이 자선을 베풀고 세상의 아름다운 변화를 위해, 그리고 절실하게 필요한 이를 위해 내어준다면 당연히 하느님께 칭찬 받을만한 일입니다.

 

불의한 집사와 같은 세상의 자녀들이 재물을 이용하여 미래를 대비하는 방식은 매우 영리하고 약삭빠릅니다. 빛의 자녀들이 하느님나라를 맞이할 준비를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예수님의 하느님나라는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이웃의 빚을 감해주며, 너의 필요를 기꺼이 채워주고, 상대방의 처지가 되어 함께 비를 맞아주며, 너의 마음을 헤아리고 챙겨주려는 사람들이 천지사방에 넘치는 나라입니다. 소위 빛의 자녀들이 자신의 재물을 자기 것이라고 움켜쥐고 있어서는 하느님 나라는 요원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재산과 능력을 사용할 때 하느님의 뜻을 묻고 고민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끊임없이 성찰해야 할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내가 가진 것으로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혹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내게 주신 것으로 내가 하길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나에게서 드러나야 할 하느님의 뜻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행할 수 있을까?’

 

우리가 빛의 자녀를 자처한다면 우리가 오늘 행해야 할 올바른 선택과 실천은 어떤 것일지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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