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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11-08 23:51

연중 32주 월(라떼라도 대성전 봉헌 축일)

2,368
김오석 라이문도

"끈으로 채찍을 만드시어 양과 소와 함께 그들을 모두 성전에서 쫓아내셨다. 또 환전상들의 돈을 쏟아 버리시고 탁자들을 엎어 버리셨다.”(요한2,15)

그분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요한2,21)

 

채찍을 휘두르며 성전의 장사치들과 환전상들의 탁자를 뒤집어엎는 예수님의 노기 띤 얼굴이 폭풍처럼 성전을 강타합니다. 성전의 대사제들과 기득권자들과 결탁해 아버지의 집장사하는 집으로 변질시킨 장사치들의 이전투구의 탐욕은 제거되어야 합니다. 성전은 기필코 본래 모습을 되찾아야 합니다.

 

강력한 태풍은 엄청난 재해를 동반하고 세상을 뒤집어 혼란의 도가니를 만듭니다. 그러나 한편 강한 태풍일수록 오염되고 정체되어 썩어가던 자연을 흔들고 뒤집어 산과 강과 바다를 살려내기도 합니다.

썩어빠진 성전지배체제에 균열을 내고 원상회복을 위한 예수님의 채찍질과 탁자를 뒤집는 행동은 썩은 강바닥을 뒤집는 태풍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렇게 완전히 뒤집어야 했습니다. 기득권자들의 탐욕과 집착의 뿌리는 깊고 넓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또한 성전을 당신의 몸’(21)이라고 합니다. 예수님의 몸이 성전이라면 나의 몸도 성전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것을 여러분은 모릅니까? 누구든지 하느님의 성전을 파괴하면 하느님께서도 그자를 파멸시키실 것입니다. 하느님의 성전은 거룩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입니다.”(1코린 3,16-17)

 

예수님께서 거룩한 분노를 드러내시며 그토록 채찍을 휘두른 이유를 깨닫게 됩니다. 성전에서 짐승들과 함께 탐욕으로 가득 찬 장사치들을 몰아내신 이유를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예수님의 채찍은 나의 머리를 향해 사정없이 내려치는 죽비입니다. 학력이나 지식, 지위나 명예, 재물과 돈에 연연하며 살아가는 불쌍하고 비굴한 욕망의 덩어리에 균열을 내는 날카로운 비수입니다.

비싼 옷, 고급화장품, 온갖 장신구로 그럴듯하게 겉꾸민, 그러나 사실은 쓰레기로 가득 찬 나의 속마음을 뒤집는 태풍입니다.

 

이제 스스로 야무지고 튼실한 채찍하나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수시로 그 채찍을 휘둘러 마음의 탐욕과 위선과 비굴함을 몰아내는 일에 게으르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신앙의 삶이란 매일 채찍을 휘두르는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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