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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11-20 01:04

연중 33주 목요일

1,946
김오석 라이문도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루가 19,42)

네 안에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루가 19,44)

 

예수님께서 도성 예루살렘을 바라보고 우시며 하신 말씀입니다. ‘평화의 도시이며 하느님의 도성인 예루살렘이 눈물의 대상으로 전락했음을 안타까워하고 계십니다. ‘평화의 도시라고 일컬어지는 예루살렘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요?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백성을 상징합니다. 야훼 하느님을 주님으로 모시고 살아가는 백성이 야훼의 말씀을 외면하고 하느님을 팽개치고 헛된 욕망에 빠져들었기 때문입니다.

 

평화의 도시라는 이름이 예루살렘을 지켜주지 않습니다. 하느님 편에 서는 것이 평화를 지켜줍니다. ‘하느님의 도성이라는 이름이 예루살렘을 지켜주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도성답게 하느님의 말씀이 뭇사람들의 길잡이가 되어야 합니다. 자기 교만과 헛된 욕망에 빠져 하느님을 등지면 하느님의 도성은 평화가 아니라 혼돈의 도시로 전락하고 맙니다.

 

교회는 또 다른 예루살렘을 자처합니다. 그러나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 있음이 구원을 확증해주지 않습니다.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 하나로 구원의 대열에 끼어들 수 없다는 뜻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가슴에 품고, 예수님의 제자로서 십자가를 짊어지는 삶이어야 그 대열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세례는 출발이지 끝이 아닙니다. 완성은 예수님의 가르침이 내 삶 속에 온전히 녹아있을 때 이뤄집니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있습니다. 때깔은 참 좋으나 그 맛은 떫디떫은 가짜라는 의미입니다. ‘무늬만 신자라는 뜻과 같습니다. 반복할 수 없는 유일회적인 우리의 인생인데 나의 선택을 가식과 포장이 아닌 진실된 선택이 되게 해야 할 소명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예수님이 오늘의 교회를 보고, 또 그 안의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보고 또 다시 눈물 흘리게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모든 것이 다 무너져 돌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는 예수님의 경고를 아프게 새겨듣는 오늘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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