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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8-31 00:50

연중 22주 월요일

2,042
김오석 라이문도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은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가 4,18-19)

 

광야에서의 유혹을 물리치고 당신의 공생활을 시작하신 예수님께서 세상을 향해 던지신 당신의 출사표다. 이사야 예언자의 말을 빌려 당신의 정체와 소명을 선언하고 계신다. 이사야 예언자는 자기 예언서에 유배 시절이 끝나고 위대한 구원의 때가 오면 구세주가 나타나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 하였다. 예수님은 예언자의 예언을 당신에게 적용하신다.

 

예수님은 알아들을 수 없는 어려운 말로 당신의 소명을 말씀하지 않으셨다. 가난한 이들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이 풀려나고, 장님이 눈을 뜨고, 억압받는 사람들이 자유와 해방을 누리게 하는 것이 당신의 소명이라는 말이 어려운가?

 

하느님 창조의 결실은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나누어지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다. 소수의 독점과 축적의 결과로 결핍 처지에서 소외되고 배척되는 사람들에 대한 하느님의 안타까움은 예수님을 통해 우선적 선택, 우선적 사랑의 대상으로 가난한 이들을 편들 수밖에 없도록 이끌었다.

잡혀간 이, 눈 먼이, 억압받는 이들에 대한 자유와 해방은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포기할 수 없는 명백한 가치다.

 

가난, 묶임, 눈 멈, 억압을 영적인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인간이란 영과 육의 온전한 통합체임을 감안하면 그 구별은 의미 없다.

 

따라서 오늘 우리가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로서의 삶을 믿음의 본질로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가난한 이들, 잡혀간 이들, 눈 먼 이들, 억압받는 이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들을 찾고 그들 편에 서는 구체적인 나의 삶을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하는지를 질문하는 것은 신앙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 된다. 그들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일, 치유와 자유와 해방을 선포하고 이루어낼 수 있도록 내 생명을 나누는 일이 바로 예수님을 따른 제자의 삶이다.

 

선포된 말씀은 갇혀있는 소리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걸으셨던 흙먼지 날리는 갈릴래아의 곳곳에서 실현되었던 살아있는 말씀임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 우리에게 선포된 예수님의 출사표는 우리들의 출사표가 된다.

매 미사 때마다 성체를 받아먹고 예수님과 하나되어 삶의 자리로 파견되는 나의 출사표는 무엇인지 성찰하는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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