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9-03 01:07

연중 22주 목(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기념일)

2,071
김오석 라이문도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루카 5,5)

 

오늘 복음의 이 말씀에 머무르는 순간 평생 손발이 부르트도록 일하며 살았으나 목구멍에 풀칠한 것 외에 손에 쥔 것 없는 가난한 노동자의 주름진 얼굴이 떠오른다. 45락이라는 심정으로 졸린 눈 부비며 공부에 매달렸으나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한숨 쉬는 수험생의 슬픈 눈동자가 아른거린다.

 

실패하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삶은 고달픈 시간의 축적일 뿐이다. 고통스런 현실을 웃으며 맞이할 수 있는 용기가 없다면 삶은 고통 속에 매몰될 뿐이다. 실패 없는 성공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패 없는 성공을 원하는 것은 상처 없는 승리를 바라는 격투기 선수가 되길 원하는 것과 같다.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피겨 선수 김연아의 아름답고 빼어난 고난도 점프 회전 기술은 수 천 번의 실패와 반복을 통한 결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호수 위를 유영하는 우아한 백조의 자태는 물 밑에서 바쁘게 파닥이는 두 발의 움직임 덕분임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진정한 실패는 넘어지는 그 자체가 아니라, 넘어진 상태에서 다시 일어설 마음 없이 그대로 머무르는 것이다. 다시 시도할 용기를 갖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실패다. ‘오늘도 성공하기 위해 실패했구나하고 웃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만이 다시 신발 끈을 매고 도전의 길에 나선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도 없지만 당연히 성공도 없다. 실패하는 것은 인간적이나 주저앉는 것은 악마의 술책임을 기억하고 살아야 한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잔뼈가 굵은 시몬도 밤새 애썼지만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살다보면 일하다보면 그런 날도 있다. 그렇다고 다음날도 배를 띄우지 않고 소주 한 잔 걸치고 잠이나 잔다면 고기는 구경조차 할 수 없다. 문제는 지금 당장 다시 그물을 깊은 곳에 던지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어찌 응답할 것이냐가 문제다.

 

예수님 없이 던지는 그물질과 예수님과 함께 하는 그물질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나 잘난 맛에 내 마음대로 살 것이냐 아니면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살 것이냐는 결국 내 자유의지의 선택일 뿐이다. 아무 것도 손에 쥘 수 없는 쭉정이 인생으로 종칠 것인가 아니면 터져버릴 듯이 꽉 찬 시몬의 그물을 나의 소출로 삼을 것인가의 선택은 매순간 요구된다. 깨어있는 자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이다.

 

예수님께서 오늘 나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귀 기울일 수 있다면 좋겠다. 지금 당장 내가 어떤 선택을 하기를 바라시는지 고민할 수 있다면 좋겠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