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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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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09-10 04:04

연중 23주 목요일

2,231
김오석 라이문도

남이 너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남에게 해주어라.”(루가6,31)

 

황금률이다. 그리스도교의 핵심 윤리 원칙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원칙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이 원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뜻이다. 문제는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도 좋아하느냐에 대한 사려 깊은 주의가 요청된다. 내가 아무리 좋은 뜻으로 행한 일이라도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차라리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조심성이 필요하다. 자칫 내가 원하는 것을 남에게 해줄 때 자기만족에 머물게 될 우려가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행위의 주도권을 가 아닌 하느님께 두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자기중심적 사고와 행위가 아니라 하느님 중심의 사고와 행동을 생활화할 때 황금률은 대인관계의 흔들리지 않는 윤리원칙으로 자리 잡게 된다. 주님, 당신께서 저에게 해주시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주님, 당신께서 그에게 해주기를 원하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끊임없이 물어봐야 한다.

 

남이 너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남에게 해주어라.”는 이 가르침을 하느님 중심으로 실행하게 될 때 우리는 어쩌면 이 세상에서 바보의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원수를 사랑하고 나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해주고, 저주하는 자들을 축복하며, 학대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삶이 바보의 삶이 아니고 무엇이랴?

 

내 뺨을 때리는 자에게 다른 뺨을 돌려대고, 겉옷을 가져가는 자에게 속옷도 내어주고, 달라면 주고, 나의 것을 가져가는 이에게서 되찾으려고 하지 않는 삶이 바보의 삶이 아니고 무엇이랴?

받을 가망이 없는 이들에게 기꺼이 꾸어주고, 다른 이를 판단하지 않고 단죄하지 않으며,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는 삶은 바보가 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 아닐까?

 

백치인 바보가 아니라 스스로 예수님을 닮아 바보가 되기로 작정한 그런 바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품어 안는 어머니인 대지의 그 마음으로 살아가는 그런 바보가 되길 오늘 예수님은 우리에게 바라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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