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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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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09-17 23:24

연중 24주 금요일

2,241
김오석 라이문도

예수님과 함께 있던 여자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루가 8,3)

 

예수님의 공생활 동안 예수님과 함께 했던 이들 중에는 많은 여인들이 있었다. 오늘 복음은 그런 상황의 일단을 매우 짧고 간단하게 서술하고 있다. ‘막달라 마리아, 요안나, 수산나, 그리고 다른 여자들도 많이 있었다.’(루가 8,2-3 참조)

 

철저한 가부장제 사회였던 당시의 이스라엘 문화를 감안하면 복음서에는 사실 여인들이 압도적으로 등장하고 있고 그 역할도 막중하였다.

성모마리아로 시작된 육화의 신비와, 수난사화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향유 부은 여자 이야기와 마지막 장면(마르 14,3-9; 15,40-41)을 여인들로 장식하고 있으며, 부활 발현의 첫 목격자와 첫 소식을 막달라 마리아로 기록(마르 16,9-11)함으로써 실상 그녀가 부활 선포에 있어서 첫 번째 사도의 위치에 있음을 보여준다.

 

예수님의 십자가 아래에 끝까지 있던 이들은, 요한복음의 '사랑하는 제자'로 지칭된 요한 (요한 19,26)을 제외하면 남자는 아무도 없었고 여인들만이 지키고 있었음을 공관복음은 전하고 있다.(마태 27,55-56;마르 15,40-41;루가 23,49)

남성인 제자들은 모두 도망쳤고 예수님을 따르던 여인들이 그 결정적이고 위험한 순간에 남아있었다는 뜻이다.

 

복음서가 기록으로 남겨지기 시작할 때의 여성들이란 사람 숫자에도 끼지 못하는 형편이었고(마르 6,44; 루가 9,14; 요한 6,10) 가부장제 사회의 익명의 보조자로서만 간주되던 시대였음을 생각하면 복음서의 이런 기록은 여성들의 역할에 대한 외면할 수 없는 확실성을 받아들인 결과임이 분명하다.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 운동과 공생활에 여성들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가를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교회의 특징적 현상중 하나는 여성의 비중이 매우 높다. 여성과 남성의 교적상의 비율은 대략 60:40 정도로 나타나지만, 실제 주일미사 풍경은 여성들 사이에 드문드문 남성들을 찾을 수 있어 20%도 후한 평가라 할 것이다. 본당의 중요한 단체나 공동체를 위한 봉사직에서 여성들을 빼놓고서 이야기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정작 중요한 의사결정에 여전히 여성들은 보조 기능에 머물러 있다. 본당신부로서 민망하고 책임을 느낀다. 그러나 한편 보다 많은 여성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앞장 서 주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오늘 복음에서 많은 여인들은 예수님과 12제자들의 든든한 조력자요 후원자였다. 좋은 영화 한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연배우와 수많은 조연배우, 그리고 제작자를 비롯한 스탭들의 수고와 헌신이 필요하다. 조연이 없거나 그 연기가 시원치 않으면 주연 배우의 연기가 빛날 수 없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인생이라는 무대의 주연이요 조연이다. 자신을 중심으로 할 때는 주연이지만, 예수님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조연이다. 그리스도인은 늘 조연의 역할을 맡는 사람들이다.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을 시중들었던 여인들은 조연이었으나 그들이 없었다면 예수님의 공생활과 복음 선포는 불가능했다.

 

예수님을 주연으로 빛나게 하는 연기력 뛰어난 수많은 조연들이 우리 본당에 넘쳐났으면 좋겠다.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며 애쓰는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특히 더 많은 여성들의 도드라진 나섬과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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