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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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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09-30 21:10

연중 26주 목(성녀 소화 데레사 동정학자 대축일)

2,744
김오석 라이문도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마태 18,5)

 

하늘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큰 사람입니까?”(마태 18,1) 제자들의 질문이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을 통해 3가지로 대답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하다.”(마태 18,3) 여기의 어린이처럼은 거짓 없는 맑고 순수한 마음을 지칭한다. 세상의 온갖 소유욕와 이기적 욕망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조화와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누리는 마음을 말한다. 내 것을 나의 것이라 주장하지 않는 천진스런 마음은 어린이의 특권이다.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큰 사람이다.”(마태 18,4) 여기의 어린이처럼은 겸손을 지칭한다. 겸손은 내 삶의 아름답고 좋은 모든 것이 하느님의 선물임을 인정한다. 내가 가진 좋은 삶의 조건들에 대해 거들먹거리거나 우쭐대지 않는 것이다. 우리 삶의 선한 것을 기뻐하되 오만하지 않는 것이다.

겸손은 자신을 심판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마음이다. “너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너는 무능력자야!”라고 말하는 것은 참된 겸손과는 정반대다. 편안한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겸손이다. 겸손은 자신의 가난을 수긍하는 것이다. 하느님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시는 분이시다. 하느님은 나의 나약함과 한계와 죄에서도 선을 이끌어 내실 수 있는 분이심을 믿을 때, 있는 그대로의 부족한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다.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마태 18,5) 여기의 어린이는 가난하고 약하고 힘없고 의지할 데 없는 사람, 누군가 돌보아 주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작은이를 지칭한다. 그런 작은이를 예수님으로 받아들이는 일, 세상의 슬픔과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는 마음이 곧 하늘나라에서 큰 사람이라는 가르침이다.

 

소화 데레사 성녀는 24년의 짧은 생애를 살았다. 역사적인 큰 사건을 주도하지도 세상에 큰 가르침을 행한 사상가도 아니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작고 소박한 일상 안에서 하느님께 이르는 작은 길을 발견하려 애썼고, 결국 교회 학자의 칭호와 선교의 수호자가 되었다. 소화 데레사 성녀의 삶은, 우리처럼 작고 평범한 믿는 이들의 희망이다. 우리에게 성인 성녀의 길을 제시한다.

저는 더 클 필요가 없이 어린아이로 남아 있어야 하며 점점 더 어린아이가 되어야만 합니다.”라고 하느님 앞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한 성녀의 마음을 오늘 복음과 연결하여 묵상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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