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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3-03 22:01

사순 2주 수요일

2,050
김오석 라이문도

“그들은 사람의 아들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그를 다른 민족 사람들에게 넘겨 조롱하고 채찍질하고 나서 십자가에 못 박게 할 것이다.”(마태오 20,18,19)

 

“스승님의 나라에서 저의 이 두 아들이 하나는 스승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십시오.”(마태오 20,21)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도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말이다.

함께 먹고, 함께 잠자고, 함께 예루살렘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걷고 있지만 꿈은, 생각은 다르다.

스승은 고난과 죽음을 예감하고 비장한 마음을 토로하는데 제자들과 그 가족들은 세상에서의 출세와 영화를 위한 자리다툼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다른 열 제자도 이 말을 듣고 그 두 형제를 불쾌하게 생각하였던 것은 선수를 뺏긴 분함 때문이었으리라.

 

제자들이 스승의 진면목을 알아차리고 각성하여 죽음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로 변형되기까지는 거쳐야 할 과정이 있고 시간이 필요하다. 진짜 그분을 사랑하는 경지에 이르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침대에 자는 두 사람이 정말 사랑한다면 같은 꿈을 꿀 수도 있다. 사랑을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진실이다. 당연히 함께 고난의 잔을 마실 수 있다. 기꺼이 쉬임없이 자신을 내주고, 낮아지고, 섬기는 일이 가능해진다. 그때 그를 위하여 결국 목숨을 내놓는 참된 섬김이 완성될 것이다. 그런 경지에 이르러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 수 있다면 좋겠다.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종이 되어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새기고 삶의 자리에서 실천하는 오늘이 되면 좋겠다. 사순시기는 바야흐로 자신을 돌아보고 수련의 고삐를 움켜쥐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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