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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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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11-24 23:51

연중 34주 화(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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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석 라이문도

민족과 민족이 맞서 일어나고 나라와 나라가 맞서 일어나며, 큰 지진이 발생하고 곳곳에 기근과 전염병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무서운 일들과 큰 표징들이 일어날 것이다.”(루가 21,11)

 

전쟁과 천재지변과 이상기후, 기근과 전염병, 그리고 태양과 달과 별들의 뒤엉킴에 대한 진술들이 섬뜩하다. 종말의 징조들이기 때문이다.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루가21,6)라는 오늘 복음 말씀은 명백히 로마에 의해 예루살렘이 초토와 되었던 서기 70년의 끔찍한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어지는 종말에 대한 진술들은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현재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어 모골이 송연하다.

 

끝나지 않는 국지적 전쟁과 테러,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저개발 국가들의 기근, 이상기후로 인한 전 세계적 폭염과 한파, 지진과 해일, 홍수와 가뭄 등이 그것이다. 생태계의 불가역적 파괴로 인류 공동의 집인 지구의 미래가 캄캄하다.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천길 벼랑으로 달려가는 생태계 파괴의 전지구적 시스템을 정치인들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이 멈출 수 있을까? 비관적이다. 위기는 공감하지만 그 누구도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지 않는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회칙 찬미 받으소서!”를 통한 전 인류의 회개가 이루어져 폭주기관차에 강력한 브레이크가 되었으면 좋겠다.

 

개인의 죽음으로서 종말이건 혹 생태계 파괴로 인간 전 지구적 멸망으로서의 종말이건 마지막 날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신앙인의 태도는 깨어있음이다. 깨어있음은 당연히 영적인 깨어있음을 의미하지만, 영적인 각성은 육적인 깨어있음과 동반하지 않으면 의미 없다.

 

육적인 깨어있음은 중독으로부터의 해방, 자유로움이 전제되어야 한다. , 마약, 도박, 게임, 소비, 쾌락 등 현대의 중독 요소들은 무궁무진하다. 깨어있음을 방해하는 가장 보편적인 중독이 술이라 할 수 있는데, “술 취했다.”는 말이 이미 제 정신이 아니다!’는 뜻이 아닌가?

 

중국의 주도(酒道)에 이런 말이 있다. 술 취하는 단계는 네 단계가 있는데, 첫 번째가 입이 풀려 말이 많아지는 해구(解口), 그 다음이 곰보도 예뻐 보이는 해색(解色)이며, 세 번째가 숨겨둔 원한이나 분통이 터져 나오는 해원(解怨)이고 마지막 네 번째가 인사불성이 되는 해망(解妄)이라 하고, 해색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과연 우리의 영은 깨어있는가? 과연 무엇에 붙잡혀 있는가? 나는 무슨 중독자인가? 좋은 것도 지나치면 중독이라 할 수 있음이다. 하물며 좋지 않은 것에 매여 있음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 연중 주간의 끝 주간을 보내면서 우리의 마지막을 묵상하는 것은 의미 있다. 깨어있음에 대한 묵상 또한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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