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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11-27 00:26

연중 34주 금요일

1,923
김오석 라이문도

잎이 돋자마자, 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루가 21,30)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은 행복하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은 늘 감사의 환성을 터뜨린다. 사실 보이는 것조차 완벽하게 볼 수 없는 것이 볼 수 있다고 자신하는 모든 사람들의 맹점일 수 있다. 보이는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표현일 뿐이다. 생겨난 모든 것은 그것을 있게 하신 분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잘 볼 수 있어야 한다. 보이는 것조차 다 보고 살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처지임을 받아들일 때 겸손할 수 있고 더 더욱 보이는 것의 속살을 보고자 하는 열망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살게 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자 하는 열망은 하느님을 만나고자 하는 갈망으로 연결된다.

 

사랑하는 만큼 보인다. 사람의 겉 표정(모습)과 행위들은 사실 그 마음의 상태를 드러내는 표징이다. 마음속에 담겨 있지 않은 것이 지속적으로 밖으로 나와 그 사람의 행동 양식을 구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가 천부적인 사기꾼이 아니라면 말이다.


기후 온난화의 문제와 그로인한 이상 기후의 천재지변으로 자연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많이 아프다.’는 것이다. 그 자연의 간절한 음성을 들을 수 없고,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볼 수 없다면 인간이 결국 마주쳐야 하는 것은 분노한 자연의 대답으로서의 공멸일 뿐이다.

 

겉모양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부모님, 남편, 아내, 아이들 그리고 친구와 이웃들의 표정과 몸짓과 행동을 관심을 가지고 세심하게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숨겨진 그늘을 느낄 수 있다. 어렵지만 그렇게 관심을 갖고 바라볼 수 있을 때 새로운 기쁨과 행복의 관계를 이룰 수 있다. 관심은 사랑이다. 사랑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해준다. 사랑이 하느님의 얼굴을 볼 수 있게 이끌어 준다.

 

하느님의 얼굴을 보고자 하는 갈망으로 주변을 면밀하게 관찰하는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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