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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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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12-01 01:41

대림 1주 화요일

1,961
김오석 라이문도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루가10,21)

 

하느님 나라는 철부지들의 눈에 드러나는 신비다. 철부지란 유아미성년자를 말한다. 성서적 쓰임을 보면 어리석은 자혹은 단순 소박한 자의 의미로 자주 나타난다. 악으로 쉽게 기울어지는 성향과 쉽게 신비에 마음을 열고 깨달음을 얻는다는 이중적 의미를 철부지라는 단어가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의 지혜와 지식은 신비를 알아보고 하느님께 마음을 여는 측면에서 더딜 뿐만 아니라 쉽게 돌파되지 않는 콘크리트 장벽으로 무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많이 배워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지식과 사고로 만사를 바라보고 판단하는 사람일수록 하느님의 신비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고답적이고 냉소적일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성령세미나에서 성령 안수를 받는 날, 지도자들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주변의 눈치 보지 말고 어린이와 같은 단순한 마음으로 온전히 자신을 성령의 인도하심에 맡겨야 성령의 움직임과 은사를 체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배움이 높은 사람일수록 또 사회적 지위와 권위를 자랑하는 사람일수록 잔뜩 힘을 주고서 별 희한한 일 다 보겠다는 듯 연신 눈을 껌벅거리며 버티고 앉아 있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눈물 콧물 쏟으며 소리 내는 주변 사람들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곤 한다. 그런 이에게서 성령의 은사나 작용을 읽어낼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결국 겸연쩍은 어색함만이 남게 된다.

 

완전한 사람만이 하느님의 신비를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니다. 부족하고 어리석어 실수와 죄도 범하지만, 하느님을 향한 단순한 지향과 온전한 의탁의 자세가 결국 하느님의 신비와 은사를 얻어 입게 된다는 의미가 철부지라는 단어에 담겨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믿음은 단순한 의탁 여부로 판가름 난다.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하느님의 신비에로 초대하는 말이 바로 철부지담겨 있다. 감사드릴 일이다.

 

구세주의 탄생으로 임마누엘이신 하느님의 신비가 내 마음과 삶을 가득 채워 주시기를 청하는 대림 시기다. 잘난 척 하지 않고, 지식이나 기술이나 잔재주에 의존하는 삶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께 겸손한 의탁의 마음을 봉헌하는 철부지 어린아이의 단순하고 소박한 심성을 되찾는 대림시기가 되도록 애써야 하겠다. 엄마의 품에 안겨, 사랑하는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며 방긋 웃는 아가의 해맑은 미소 안에 담긴 당신 없이 저는 살 수 없어요, 엄마!’가 나의 것이 되길 기도해야겠다. 우리 모두가 아가의 해맑은 미소 안에 담긴 엄마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하느님께 둘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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