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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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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12-13 23:56

대림 3주 월(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 기념일)

1,894
김오석 라이문도

나도 너희에게 한 가지 묻겠다. 너희가 나에게 대답하면,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해 주겠다. 요한의 세례가 어디에서 온 것이냐? 하늘에서냐, 아니면 사람에게서냐?”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모르겠소.”하고 대답하였다.(루가 21,24-25; 27)

 


예수님이 성전에서 가르치는 것에 대해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트집을 잡고 묻는다. 도대체 당신이 무슨 권한으로 성전에서 백성들을 가르치느냐? 우리는 너에게 허락한 적이 없다. 성전에서 가르칠 권한을 주는 것은 자기들에게 있다는 항변이다. 예수님은 역으로 묻는다. 너희들이 요한의 세례가 하늘에서 온 것인지, 사람에게도 온 것인지 대답하면 나도 무슨 권한으로 성전에서 가르치는지 말해 주겠다.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의논하기를 하늘에서 왔다.’하면 왜 그를 믿지 않았느냐고 할 것이고, ‘사람에게서 왔다.’하면 요한을 예언자로 여기는 군중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그들은 모르겠소.’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오늘의 복음이다. 정말 몰라서 모른다 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이고, 알고도 입장이 곤란해서 모른다 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기억나지 않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어디에서 많이 들어본 대답이다. 총리를 비롯한 장관이나 고위 관료들의 청문회에서 늘 나오는 대답이다. ‘아니오로 대답하기 곤란한 순간이면 튀어나오는 전형적인 면피용 대답이다. 불법을 저지른 것에 대해, 부당 이익을 취한 것에 대한 추궁이 매섭고 결론에 이를 즈음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대답이 모릅니다, 기억나지 않습니다.’인 것이다.

 


자신을 속이고, 이웃을 속이고, 하느님을 속이는 기만이다. 당면한 위기와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진실을 숨기고, 진심을 포장하여 거짓과 위선을 저지르는 것은 모래성일 뿐이다. 설령 드러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진정한 승리에 이르지 못한다. 거짓과 무책임으로 막대한 부와 이득을 취했거나 자신의 죄를 덮었다 하더라도 그 거짓과 비겁함과 무책임은 자신이 알고 하늘이 안다. 마지막에 이르러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 볼 때 결코 성공한 인생이 될 수 없는 것이다.

 


할 것은 하고, ‘아니오할 것은 아니오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설령 지금 당장 곤란을 당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그 길이 떳떳하고 충만함으로 이끄는 지름길이다. 거짓이 거짓을 부르고, 작은 거짓말은 어느새 눈덩이가 되어 감당 못할 눈사태로 커지는 법이다. 진실이 승리한다.

 


오늘 나의 대답들이 진실과 정직함이 깃든 분명한 아니오가 되도록 깨어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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