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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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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12-16 23:43

대림 3주 목요일

2,102
김오석 라이문도

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마태 1,1)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는데,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 불리는 예수님께서 태어났다.”(마태 1,16)

 


마태오 복음서는 예수님의 족보를 나열하면서 첫 부분을 시작한다. 족보란 문자 그대로 옮기면 생성의 책, 혈통의 두루마리. 예수님의 인간적 혈통이 이스라엘 역사의 출발인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함을 전제로 이스라엘 역사 전체를 관통하여 있음을 보여준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의 선조 아브라함에게 주신 축복의 약속을 실현시키는 역사의 한복판에 예수님이 계심을 드러낸다. 특별히 다윗의 후손임을 분명하게 선언함으로써 이스라엘의 왕권을 잇는 지위를 지니셨음을 밝힌다.

 


족보는 예수님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린 우연적 존재나 환상이나 상상 속의 인물이 아니라 하느님의 치밀한 구원계획에 따른 참 인간으로 이 세상에 오신 분임을 아무도 부정하지 못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다윗의 왕조를 계승하는 분임을 강조한다.

 


족보는 주인공인 예수님이 첫 줄에 등장하고 위대한 왕 다윗과 민족의 시조 아브라함이 언급된 후 세 단락에 걸쳐 족보가 누가 누구를 낳고 ... 낳고의 형식으로 나열된다. 첫 단락은 아브라함부터 다윗까지, 둘째 단락은 다윗부터 바빌론 유배까지, 셋째 단락은 바빌론 유배에서 예수님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예수님의 족보는 그 역사적 뿌리나 근원을 사실에 입각해서 세부적 사실의 정확성을 전하려는 의도보다는 신학적 의도와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 여기 저기 족보의 단절을 찾을 수 있는 데, 예를 들면 역대기 상권의 족보(3,10-19)와 비교해 보더라도 둘째 단락의 우찌야부터 요탐 사이(1,9)3대의 이름이 빠져 있다.

 


족보에는 하느님의 축복을 전달하는 이스라엘의 성조들과 그 후손들만 등장한다. 이사악의 자손은 언급되지만 이스마엘의 자손은 언급되지 않는다. 야곱의 자손은 언급되지만 에사오의 자손은 언급되지 않는다. 특히 남성 중심의 족보에 등장하는 여인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이한 것은 사라, 리브가, 레아 등 성조들의 아내는 빠져 있는 반면, 타마르, 라합, , 우리야의 아내인 바세바의 등장은 이채롭다.

 


족보에서 언급되는 첫 여인인 타마르는, 유다의 며느리로 들어왔다가 남편이 자식 없이 죽자 대를 잇기 위해 창녀로 분장해 시아버지 유다에게서 씨를 받은 가나안 이방 여인이었다(창세 38,1-26). 라합은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예리코의 창녀(여호 2,1-21)였다. 룻은 남편과 자식들을 모두 잃고 과부가 된 시어머니 나오미를 끝까지 지성으로 모시고, 시댁 가문의 보아즈에게서 후손을 얻어 대를 이은 모압 여인이었다. 우리야의 아내는 밧세바인데 이 이름이 족보에는 거론되지 않고 우리야의 아내로 불린다. 다윗이 욕망으로 우리야의 아내를 취하고 올곧은 삶을 살았던 우리야를 죽게 한 범죄를 대조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타마르와 라합, 룻과 우리야의 아내는 이방인일 뿐만 아니라 그들이 대를 잇는 과정이 그리 정상적이나 도덕적이지 않고 그 가운데는 다윗이 행한 범죄의 결과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하느님의 구원의 의지와 손길은 인간의 부족함과 죄악으로도 가릴 수 없으며, 애초에 그분의 구원 의지는 이방인들을 포함한 전 인류에게 펼쳐지는 역사(役使)이고 이제 예수님 안에서 예수님을 통하여 드러날 것임을 시사한다.

 


예수님의 족보는 이스라엘 역사의 압축이다. 하느님께서는 그 역사를 면밀히 계획하고 준비하시고 실현하셨다. 그 역사의 절정에 이르러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 불리는 예수님께서 태어났다.”(마태 1,1) ‘예수, 그는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것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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