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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12-19 00:33

대림 3주 토요일

1,948
김오석 라이문도

이 둘은 하느님 앞에서 의로운 이들로, 주님의 모든 계명과 규정에 따라 흠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엘리사벳이 아이를 못낳는 여자였기 때문이다. ...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겪어야 했던 치욕을 없애 주시려고 주님께서 굽어보시어 나에게 이 일을 해 주셨구나.”(루가 1,6-7; 25)

 


이 세상 살아가는 이들 그 누가 이쁜 자식 낳아 품에 안고 싶지 않으랴! 그 누군들 자식 자랑하고 싶지 않으랴! 그러나 불행하게도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은 나이 들어 늙도록 다른 사람 앞에 자랑할 만한 아이는커녕 숨겨두고 홀로 품어줄 장애 있는 아들 하나도 점지 받지 못했다. 아름다운 꽃은 피웠으나 열매 맺지 못한 나무처럼 이 부부는 쓸쓸하고 고독한 노후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좌절이나 실망, 포기나 원망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그마한 인간적 행복도 주시지 않은 하느님이 왜 야속하지 않았을까마는 그들의 삶은 한결같았다. 짙은 안개 속에 가리워져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고 대답 없는 하느님, 탄원하고 기도해도 메아리조차 들을 수 없은 하느님을 믿고 기대며 얼굴의 수심과 외로움을 지우며 살았다.

 


그들의 삶은 한결같았다고 오늘 복음은 전한다. “주님의 모든 계명과 규정에 따라 흠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는 전언이 그것이다. 믿는 이들의 사전에 우연은 없다. 뿌린 대로 거두고 심는 대로 거두게 마련이다. 좋은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는 것은 당연하다.

 


나이 들어 늙음을 받아들인 노부부는 자식에 대한 기대는 접었을지라도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에 감사하는 삶을 접지 않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사람이 착하고 매사에 임하는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을 받는 법이다. 하느님은 이들의 예쁜 삶을 굽어보셨다.

 


엘리사벳은 할머니가 되어 아이를 가졌지만 창피하기는커녕 감사와 찬미로 하느님을 우러렀다.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겪어야 했던 치욕을 없애 주시려고 주님께서 굽어보셨구나!”

 


오늘 내 자녀가 얄밉거나 속 썩이는가? 그렇다면 나의 그 아들, 그 딸을 얻었을 때 환희와 감동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주님의 축복의 결실이 오늘 나의 아들과 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님께서 나의 자녀들을 축복하시어 건강한 영혼과 육신을 보전하고 아름답게 성숙시켜 나가기를 마음모아 기도하는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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