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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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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12-30 01:16

성탄 팔일 축제 내 제6일

2,147
김오석 라이문도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루가 2,37)

 


한 번 사는 인생이다. 어떻게 살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이다. 물질문명의 휘황찬란한 자태가 세상을 뒤덮고 있는 21세기다. 하느님 없이도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다며 눈만 뜨면 TV에서 그리고 세상 곳곳에서 유혹이 손길이 끊이지 않는다.

 


내 인생을 찾겠다.’며 부와 권력과 명예가 나를 행복하게 해줄 것으로 믿고 쉼 없이 재물과 쾌락을 뒤쫓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한나 같은 여인은 얼마나 어리석고 한심한 여자로 보일까? 멀쩡한 남편을 두고도 숨겨둔 애인과의 밀회를 즐기며 웃음 짓는 여인들 눈에 젊은 시절 수절과부가 되어 여든 네 살까지 성전을 떠나지 않고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만을 섬기며 살아온 안나가 얼마나 우습고 불쌍한 여자로 보일까?

 


인생이란 아무리 길어도 백년을 넘기지 못하며, 두 번 다시 주어지지 않는 유일회적인 것이니,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라며 단 한 순간이라도 즐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 한나 같은 여인은 돌연변이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눈을 돌려 조금만 찬찬히 살피면 바로 우리 주변에도, 우리 본당에도 한나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 여럿 있다.

 


성경은 사람은 흙에서 난 몸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창세 3,19: 공동번역)고 설파한다. 일장춘몽 같은 인생살이가 끝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는 가르침이다. 그러니 호의호식하고 향락을 누리면서 인생을 즐기는 일이 무조건 헛된 일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다만 인생을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를 권하고 싶을 뿐이다. 선택은 자신이 하는 것이다.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세상이 주는 안락과 즐거움에 온통 몸과 마음을 맡기고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 그렇다.

 


사실 온 힘을 다해 세상의 부와 쾌락을 쫓는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을 뿐 더러 원하는 모든 것을 쥐게 되어도 남는 것은 허무뿐이라는 것은 무지개를 잡으러 떠났던 모든 앞선 이들의 경험이요 가르침이다.

 


필요를 넘어 충분함을 채워주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묵상해봐야 하겠다. 구유에 누운 아기 예수님의 가난과 연약함이 나에게 말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곰곰이 새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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