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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6-01-04 23:05

주님 공현 후 화요일

2,010
김오석 라이문도

여기는 외딴 곳이고 시간도 이미 늦었습니다. 그러니 저들을 돌려보내시어 주변 촌락이나 마을로 가서 스스로 먹을 것을 사게 하십시오.”(마르 6,36)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르 6,37)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명령하시어, 모두 푸른 풀밭에 한 무리씩 어울려 자리 잡게 하셨다.”(마르 6,39)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장정만도 오천 명을 먹인 오병이어 기적 이야기다. 예수님의 신적 능력으로 그리되었든 또는 각 개인이 허리춤에 감춰둔 먹거리를 꺼내어 모두가 나누어 먹고 남았다고 해석하든 그것이 관심사는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의 차이가 두드러져 보인다. 제자들은 사람들을 각자 돌려보내어 배고픔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쪽이다. “저들을 돌려보내시어 주변 촌락이나 마을로 가서 스스로 먹을 것을 사게 하십시오.” 오늘날 자본주의 시장경제 하에서 엄혹한 경쟁을 치르며 각자도생해야 하는 우리들의 처지가 제자들의 방법과 겹친다.

 


예수님의 생각은 달랐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그리고는 모두 푸른 풀밭에 한 무리씩 어울려 자리 잡게 하셨다. 각 개인이 자신의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배고픔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한다. 가난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책임을 져야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는 혼자 먹는 밥이 아니라 함께 먹는 밥상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곳에서 시작된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혼자 다 먹어치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오천 개로 잘게 부서뜨려 서로 나누어 먹는 밥상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면 이미 천국이다. 아무리 적은 것이라도 사랑으로 나누면 수백 수천 배로 불어난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사랑이 생겨나는 곳에는 하느님도 늘 마르지 않는 샘물로 솟아오르신다. 산더미처럼 쌓아두고도 혼자 독차지하면 언제나 모자라는 법이다.

 


내가 예수님 앞에 사랑으로 내어 놓는 작은 봉헌이 높은 산을 이루고 강물 되어 흐르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오늘 하루를 시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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