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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6-01-11 00:54

연중 1주 월요일

1,866
김오석 라이문도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마르 1,18)

그들은 아버지 제베대오를 삯꾼들과 함께 배에 버려두고 그분을 따랐다.”(마르 1,20)

 


나를 따라 오너라!”는 한마디 말에 그들은 배와 그물, 아버지와 삯꾼을 버리고 그분을 따랐다. 지금까지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었고 보호해 주었던 모든 재산(배와 그물)을 버리고 떠남이 인간적으로 이해되는가? 부자간의 관계와 여타의 인간적인 관계(삯꾼)마저, 싹둑 칼로 두부 베듯 자르고 떠남이 가능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들(베드로, 안드레아, 야고보, 요한)이 맨 처음 한일이 행장을 차리고 길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일이었다는 사실은 놀랍다.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 목숨과도 같은 것을 놓아버렸다.

 


삶의 방식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세상의 것에 의지하며 살아온 삶의 방식이 오직 예수님만을 바라보며, 그분에게만 의지하며, 그분만을 따르는 삶으로 바뀌었음을 말해준다. 그물, , 아버지, 삯꾼이 아니라 예수라는 낯선인물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음을 뜻한다. 이제부터 예수님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겠다는 결단이다.

 


막연한 기대와 희망으로는 지금 내가 손에 꼭 쥐고 있는 소중한 것을 내던질 수는 없다. 깨달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다시 나에게로 질문의 화살을 돌리게 된다.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 예수님이 내 삶의 주인인가?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비슷하다. 어떤 사람이 그 보물을 발견하자, 그것을 다시 숨겨 두고서는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마태 13,44)

 


버림은 맹목적이고 강제적인 것이 아니다. 버림은 더 나은 가치를 발견했을 때 일어나는 새로운 선택의 결과일 뿐이다. 예수님에게서 삶의 의미와 기쁨과 행복을 찾은 사람만이 택할 수 있는 도전이다. 버림은 예수님을 따라나서는 하나의 조건이지 목적은 아니다. 제자의 여정은 계속되는 버림의 과정이며 버림으로써 얻는 하느님 나라의 체험이다. 그러므로 하느님 나라는 완성된 실재로서 현존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과정이다.

 


인생이란 여정이다. 나그네 길이다. 매일의 출발은 새로운 길 떠남의 시작이다. 길 떠남은 버림이고 비움이다. 길 떠남은 텅 빈 충만을 향한다. 하느님 나라는 버리고 비우는 이들 안에 차오르는 텅 빈 충만을 누리는 여정이다.

 


오늘 내가 버리고 떠날 것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에 매여 있기에 선뜻 예수님의 뒤를 따르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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