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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6-01-12 00:24

연중 1주 화요일

1,772
김오석 라이문도

마침 그 회당에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소리를 지르며 말하였다. ‘나자렛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마르 1,23-24)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마르 1,25)

 


회당에서 더러운 영을 쫓아낸 것이 마르코 복음이 전하는 첫 번째 예수님의 놀라운 행적으로 제시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러운 영이 들렸다는 것은 악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는 처지를 말해준다.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상태, 하느님의 힘이 아니면 벗어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것이 인간의 처지임을 드러내고 있다. 사실 인간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이후 악의 지배 아래 살고 있다.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란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하느님이 안 계신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 하느님 대신 돈, 권력, 명예, 쾌락 등의 우상을 섬기면서 그것들의 노예로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귀찮은 존재, 마주하고 싶지 않은 존재일 뿐이다. 멸망시키러 온 적대자일 뿐이다.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라는 대꾸가 그것이다.

죄란 생명이신 하느님과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것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존재로 하느님을 소멸시켜 버린다. 그리고는 생명이 아닌 다른 것으로 주린 배를 채우려 한다.

 


불투명한 미래를 불안과 두려움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더러운 영이 자리 잡기 편하다. 하는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삶이 혼란스럽고, 속상하고 짜증나는 사람 안에도 더러운 영은 쉽게 뿌리를 내린다. 미움과 질투와 분노로 가득한 마음은 더러운 영의 좋은 은신처가 된다. 그러나 실상 오늘날 재물과 구매력()이 최고로 추앙받는 물신주의 세상에서 더러운 영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아무에게나 말을 걸어도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더러운 영의 천지가 되어버렸다.

 


미래가 불투명하기에 삶이 불안하고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내 마음에서 밀어내 버렸기에 삶이 불안하고 두려운 것이다. 더러운 영에게 자신을 맡기고 살아가는 세상이 불안하고 두려운 것은 당연하다.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마르 1,25)하고 꾸짖는 예수님의 음성을 듣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꾸짖는 예수님의 권위 있는 명령에 내 안에서 빠져나가는 더러운 영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헤아려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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