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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6-01-14 00:30

연중 1주 목요일

1,824
김오석 라이문도

어떤 나병환자가 예수님께 와서 무릎을 꿇고 도움을 청하였다.”(마르 1,40)

 


인생이 혼자라는 외로움과 고독에 몸을 떨어 본 사람은 안다. 말없이 다가와 그저 함께 있어주고 어깨에 손을 올려주고 마음으로 울어주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자신의 처지가 얼마나 비참한지, 자신의 능력이란 것이 얼마나 초라한지를 알아채고, 자신의 한계에 봉착한 사람은 주저 없이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그분의 자비를 간구할 수 있다.

 


실상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생로병사의 한계와 제어되지 않는 온갖 욕망의 사슬에 얽매어 살고 있는 인간의 처지란, 흉측한 외모로 사람들의 세상에서 밀려난 나병 환자의 처지와 다르지 않다. 하늘의 손길이 와 닿지 않으면 인간의 구원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정직한 자기 바라봄을 통해 자신이 나병환자와 같은 몰골로 외딴 섬에 유배되어 있음을 깨닫지 못한 사람은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볼 수 없다. 무릎을 꿇지 못한다. 병들어 있으면서도 성한 사람으로 행동한다.

 

신앙(信仰)이란 믿고 우러러 봄이다. 자신의 처지를 제대로 아는 사람만이 하늘을 믿고 우러러 볼 수 있다. 믿고 우러러 보는 사람에게는 하늘의 손길이 와 닿는다. 예수님의 연민과 자비의 손길을 만날 수 있다. 하늘의 손길이 와 닿는 순간 인간은 비로소 자신의 처지와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이것이 구원이다.

 


누구보다도 외로움과 고독, 자신의 한계를 느끼며 비참한 인생을 살아야 했던 나병환자는 주저 없이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자비를 간구할 수 있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모든 사슬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를 얻었다. 깨끗함을 얻었다. ‘홀로가 아닌 함께의 삶으로 옮아갔다. 구원되었다.

 


함께 살아가는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오늘이 되었으면 한다. 자신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참 신앙을 시작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 마르코 복음과 똑 같은 내용의 루가 복음에 따른 주님 공현 후 금요일의 말씀을 함께 참조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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