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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6-01-15 22:55

연중 1주 금요일

1,732
김오석 라이문도

그때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중풍병자를 그분께 데리고 왔다. 그러나 군중 때문에 그분께 가까이 데려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분께서 계신 자리의 지붕을 벗기고 구멍을 내어, 중풍병자가 누워 있는 들것을 달아 내려보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고 말씀하셨다.”(마르 2,3-4)

 


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일생을 살아가는 삶이란 반복할 수 없는 유일회적인 여정이다. 근원적으로 고독한 여정이다.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식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도 없고, 자식이 부모를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다. 일심동체라는 부부도 자기 인생 자기가 살아야지 대신할 수 없는 것이 단독자로서 인간의 운명이다.

 


그러나 근원적으로 고독한 인생여정이지만 함께 가면 서로 의지할 수 있고, 도와줄 수 있어 힘이 된다. 속 깊은 마음의 영적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그 짐은 훨씬 더 가벼워질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그네 인생길을 함께 걸어갈 동반자로서, 우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좋은 친구를 인생의 보화요 삶의 큰 기쁨으로 여긴다.

 


형제, 친구,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따스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중풍으로 고통 받고 있는 어떤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왔다. 예수님은 중풍병자의 믿음이 아니라,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병자의 죄를 용서하신다. 중풍병자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벌떡 일어나 자유와 해방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들 주변에도 중풍이나 노환 등으로 거동할 수 없는 이웃이 많이 있다. 그들이 겪는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자신의 몸을 자신의 의지대로 어찌 할 수 없다는 당혹감과 좌절감이다. 자신의 모든 생리적 현상을 치러내는데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자존감에 커다란 생채기를 낼 수밖에 없다.

 


오늘도 예수님은 그들의 믿음을 기다리고 있다. 함께 살아가는 이웃과 친구와 가족의 아픔과 좌절을 함께 하려는 작은 몸짓과 사랑의 마음은 예수님의 치유의 힘을 끌어내는 그들의 믿음으로 다가간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겨야겠다.

 


고독한 인생 여정을 이기적 욕심에 사로잡혀 더욱 외롭고 고독하게 만드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되겠다. 좋은 친구를 얻는 지름길은 좋은 친구가 되어주려는 끊임없는 시도와 노력을 통해 가능하다. 사랑과 자비심으로 홀로 고통스러운 인생여정을 걷고 있는 형제들의 길동무가 되어주는 일은 삶의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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