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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6-02-17 23:43

사순 1주 목요일

4,551
김오석 라이문도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마태 7,7)

 


게으른 사람은 대체로 생각이 몸을 앞서는 경우가 많다. 심한 사람은 앞서는 것이 아니라 숫제 생각만 하고 몸은 꼼짝하지 않는다. 청하고 찾고 두드리는 오늘 복음의 말씀은 기도하는 사람의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우리가 마음속으로 부르짖는 청원과 좋은 갈망들은 손과 발을 움직이는 행위의 수고로움 없이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느님께서는 말만하고 행동하지 않는 게으른 자의 기도는 거절하신다. 받으려면 최소한 손을 벌려 내밀어야 하고, 잠시 자존심을 접어두는 결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릇도 준비하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찾으려면 적어도 주변을 잘 관찰하고 살펴야 하며, 문을 열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한 힘을 주어 세게 두드리는 수고를 해야 한다.

 


열심히 기도하고 간절히 청원하였는데도 아무런 응답이 없을 때, 사람들은 대체로 실망하며 좌절하고 때로는 하느님을 원망하고 그분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기 전에 과연 우리가 제대로 구하였는지, 찾아야만 할 것을 찾으려 애썼는지, 꼭 열려야 할 문을 두드렸는지 성찰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좋은 것이라면 우리가 미처 청하기도 전에 다 알고 계시고 그 좋은 것을 넘치도록 주신다고 하였기 때문이다.(마태 7,9 참조)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 빈말의 기도, 관념 속의 중얼거림으로는 열매를 맺을 수 없다. 게으른 몸을 그대로 두고 행하는 생각만의 청원은 의미 없다. 몸이 게으른 이유는 잘 돌보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높다. 지나친 흡연이나 음주, 게임이나 드라마 등에 과하게 집착하여 늘 잠이 부족하거나, 희망을 잃어버려 자포자기의 무기력증에 노출되면 몸은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게으름은 일곱 가지 죄의 뿌리(칠죄종) 중 하나다. 그 자체로 죄악이라는 뜻이다.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던 일도 좌충우돌 부딪히며 열심히 뛰는 사람에겐 그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법이다. 오늘 내가 어둠의 절망 속에 놓인 처지라 해도 주저앉지 말고 빛의 실마리를 붙들기 위해 몸을 움직여야 한다. 기도와 행동이 적절한 상관관계를 맺도록 나태한 몸과 마음을 떨치고 부지런한 사순시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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