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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3-14 05:35

사순3주 토요일

2,159
김오석 라이문도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루가 18,13)

 

하느님 앞에서 자신이 부족한 존재임을 아는 죄인 세리의 기도다. 그는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기도하였다. 매 미사 때마다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라고 가슴을 치는 고백의 기도는 바로 이 세리의 기도로부터 시작된다. 꼿꼿이 서서 자신의 결백함과 철저한 율법 준행에 감사드리는 바리사이의 기도와는 천양지차다. 그런데 예수님은 바리사이가 아니라 세리가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며 세리의 손을 들어 주신다.

 

자신이 하느님 앞에서 부족한 죄인임을 인정하고 무릎을 꿇을 때, 용서와 죄 사함을 통한 변화가 시작된다. 나의 지난날과 현재에 대한 철저한 객관화가 필요하다. 점수를 매길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 사람들이 잘 하지 못하는 것이 홀로 됨을 즐기는 일이다. 잠시도 침묵 가운데 자신을 들여다보는 성찰과 침묵의 시간을 싫어한다. 혼자 있으면 리모컨을 손에 쥐고 T.V와 종일 뒹굴거나 스마트 폰과 산다. 심지어 어떤 이는 사우나의 탕 속에까지 스마트 폰을 들고 들어와 연신 눌러 댄다. 홀로됨과 고독을 사랑하는 일, 침묵을 즐길 줄 아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누구인지 하느님 앞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가족들과 친구들과 이웃들 안에서 그리고 세상과의 관계에서 몇 점의 점수를 얻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개선의 여지도 있을 수 없다.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채우려는 노력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백성사 본지 한 달 혹은 6개월, 1년이 지났지만 주일 미사 몇 번 빠진 것 외에 고백할 것이 없다고 한다면 참 난감한 일이다. 바리사이의 기도와 다를 게 뭔가?

 

사순절은 홀로됨의 고독을 즐기는 시기다.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 계시는 하느님의 영을 찾고 부족한 자신의 삶에 대해 가슴을 치고, 마음을 찢어 하느님께 드릴 제사의 합당한 제물로 나 자신을 바치는 때다. 오늘 하루 혼자만의 시간, 아무런 외적 소음이 없는 시간을 내어 주님을 만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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