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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3-19 07:08

성 요셉 대축일

2,389
김오석 라이문도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다.”(마태 1,19)


성 요셉 대축일입니다. 요셉과 요셉피나 세례명을 가지신 모든 형제 자매 여러분의 축일을 축하드리며 하느님의 축복이 충만하시길 기도합니다.

오늘은 요셉 성인을 주보로 모시고 있는 우리 주엽동 본당의 20번째 맞는 본당의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온갖 축복과 사랑을 베풀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우리 본당 공동체가 20살이라는 성인의 외피에 걸맞는 내적 충실함을 채울 수 있게 되길 바랍니 다.


성서 안에서 직설화법을 한 번도 드러내지 않으신 과묵한(?) 요셉 성인을 두고 오늘 복음은 단호하게 의로운 사람이라고 단 한마디로 정의합니다.

“의로운 사람!” 성서가 말하는 의로운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가 오늘의 묵상 주제입니다.

신약이 제시하는 참된 종교성을 ‘신실함’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면, 구약에서는 성경에 따른 온전한 삶을 ‘의로움’이라는 용어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시편 1편은 ‘의로운 이’에 대한 전통적인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시편에 따르면 의로운 이는 하느님 말씀과 매우 긴밀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곧 “주님의 가르침을 좋아하는”(2절) 사람입니다. 시냇가에 심긴 나무처럼 계속 열매를 맺는 사람입니다. 시냇가로 상징된 하느님의 말씀에 뿌리를 내리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기쁨의 열매를 맺게 됩니다.


성서적 의미에서 의로운 사람이란 결국 항상 하느님께 마음을 두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생활하며 기쁘고 진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법을 지키는 사람을 말합니다. 세속적 표현으로, “하느님께 빨대를 꽂고 사는 사람”이라는 표현도 과하지 않을 듯 합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말수가 적지만 하느님을 향한 정열이 넘쳐 흘러 굳은 심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주변의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태산과 같은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뜻에 합당한 것이라는 결단이 서면 세속의 모든 유혹을 과감하게 거부하는 순수하고 단순한 사람입니다.


요셉 성인을 주보로 모시고 있는 주엽동의 형제자매 여러분!

나의 모습 중 요셉 성인을 닮은 부분이 있는지요?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그 씨앗이라도 마음 한가운데 품고 있다면 그것으로도 위안을 삼을 수는 있겠습니다. 희망하는 것의 실현은 먼 지평선 너머에 아른거리는 신기루가 아니라 사실 희망하는 사람의 앞 마당에 머무는 실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이 시냇가에 심긴 나무처럼 하느님의 말씀에 뿌리를 두어 튼실하고 풍성한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습니다. 묵묵히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길을 가되 뜨거운 열정을 지닐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하느님께 빨대를 꽂고 살면서’ 늘 기쁨의 열매를 맺고 나눌 수 있는 은총을 간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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