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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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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03-20 23:39

사순 4주 토요일

2,569
김오석 라이문도

“당신도 갈릴래아 출신이란 말이오?”(요한 7,52)

 

오랜 세월 외세의 강점과 지배로 이방인들과 피가 많이 섞인 갈릴래아를 향한 종교적, 정치적 중심지였던 예루살렘과 남부 유대지방의 시각은 당연히 부정적이고 때론 경멸적이었습니다. ‘이방인들의 갈릴래아’라는 말은 잡다한 인종들의 거주지인 갈릴래아를 명백히 경멸하는 표현입니다.

 

성전 정화 사건과 베짜타 연못에서 38년간 앓던 병자를 치유해 준 예수님을 향해 군중 가운데 어떤 이들은 예언자라고, 메시아라고 하고, 성전 경비병들조차 예수님에 대한 호감을 드러냅니다.

그러자 당황한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는 예수님께 경멸과 아울러 적대감을 드러내고 딱지를 붙입니다. ‘갈릴래아 출신’이라고. 쉽게 말해서 천한 출신이 별 볼 일 있겠냐는 것이지요. 선입견에 빠지면, 자기 입맛대로 딱지를 붙이고 나면 제대로 들을 수 없고 볼 수도 없으며 판단력이 흐려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우리의 권력도 언론도 딱지 붙이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종북’이라는 딱지입니다. 가난한 이를 편들고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세월 호를 말하고, 노동자를 편들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권력의 잘못을 지적하면 딱지를 붙입니다. 진실과 정의와 평화를 말해도 권력을 불편하게 하면 가차 없습니다.

 

오늘 내가 만나는 이웃들에게 혹 어떤 선입견이나 딱지를 붙여 스스로 마음을 혼탁하게 하지는 않나 돌아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 각 사람 안에 씨앗의 형태로 심어두신 변화의 가능성이 꽃 피우도록 서로 격려하고 기도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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