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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3-22 23:54

사순 5주 월요일

2,073
김오석 라이문도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요한 8,7)

 

예수님 발 앞에 무참히 내던져진 여인을 향해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이 다그칩니다. ‘돌을 던져 죽여야 할 간음하다 붙잡힌 여잔데 어찌 할 셈이냐?’ 몸을 굽히시어 손가락으로 땅바닥에 무엇인가를 쓰시던 예수님은 사태의 본질을 간파하시고 말씀하십니다.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사람들은 흘끔 흘끔 눈치를 보다가 나이 많은 사람부터 꽁지를 빼고 사라졌다고 복음은 전합니다.

 

예수님께서 꿰뚫어 본 사태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죄의 사회성, 뿌리 깊은 연대성입니다. 한 여자의 불륜은 그 자체로 큰 죄임에 틀림없지만, 그 죄의 뿌리에는 모든 사람이 결코 뗄 수 없는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그런 죄악의 사회 구조적 조건 아래 쉬임 없이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죄를 지은 사람에 대한 단죄보다 용서가 우선이요, 죄는 미워도 죄인은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도 이런 바탕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움과 증오, 게으름과 무관심, 끝없는 이기심, 하느님께 대한 신뢰 부족과 아울러 마음과 육신을 통해 저지르는 늘 반복되는 우리의 잘못은 사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항상 죄의식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성찰하고 뉘우치되 매일 새로 시작하는 용기가 그래서 소중합니다.

“아침은 매우 기분 좋다. 오늘은 시작되고 출발은 이제부터다!” 지인이 써 준 제 책상 위의 글귀입니다.

 

잘못할 수밖에 없는 부족하고 연약한 우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의 은총과 사랑을 믿고 매일 새로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요한 8,11)  


오늘 하루 마음 속 화두로 붙들고 지냈으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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