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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3-25 23:00

사순 5주 목요일

2,213
김오석 라이문도

“나는 그분을 알고 또 그분의 말씀을 지킨다.”(요한 8,55)

“너는 내 계약을 지켜야 한다. 너와 네 뒤에 오는 후손들이 대대로 지켜야 한다.”(창세 17,9 :오늘의 독서)

“주님은 당신의 계약 영원히 기억하셨네.”(오늘의 화답송)

 

우리는 약속을 하며 인생을 살아간다.

새끼손가락 걸고, 마음을 싣고, 때론 존재 자체(생명)를 걸고, 도장을 찍으면서 그렇게 약속하며 살아간다. 정치인은 공약으로, 부부는 평생의 반려로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살아가길 바라며 혼인의 신성한 계약을 맺는다.

 

약속이 지켜질 때 신뢰가 형성된다. 신뢰가 형성되면 사는 것이 편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 불쾌하고 불신이 생기고 미움과 증오의 관계로 변하기 쉽다.

정치인의 공약이 지켜지지 않을 때 정치에 대한 불신이 형성되고, 부부 간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 결국 가정이 불안해지고 파탄에 이르기 쉽다. 아빠의 약속이 지켜지길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는 그 약속을 잊어버린 아빠에 대한 서운함을 평생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뢰가 없으면 그 위에 지어진 집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바람 불면, 파도 한번 몰아치면 사라지고 만다.

 

사람 사이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우리는 잘 안다. 하물며 하느님과 우리 사이에 맺은 약속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하느님께서는 당신께서 우리에게 주시고자 하는 축복의 약속을 결코 잊지 않으신다. 아브라함에게 그리하였듯이...

 

우리는 세례를 통해 주님과 약속을 하였다. 그 분의 말씀대로 그 분이 원하시는 대로 살아갈 것을 약속하였다. 세례성사를 통해 우리는 그분의 자녀가 되었고 그 분을 아빠, 아버지라 부르며 인생을 살아간다. 천하에 못된 불효자가 아니라면 하느님 말씀을 따름에 있어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 무엇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헷갈린다면 그저 천천히 정신을 집중하여 십계명을 한번 묵상해보기를 권한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쏟는 나의 시간과 재물과 정성의 질과 양을 가늠해 보면 된다.

 

사순절은 내가 하느님과 약속했던 것들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시기라 하겠다. 내가 그 분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 분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축복을 스스로 거절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분을 알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말씀 공부와 묵상이 요청되고, 그 분의 말씀을 지키기 위해서는 게으름을 떨쳐내고 자리를 박차고 활력 넘치게 내 주변을 돌아보고 관찰하여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딘지 판단 실행해야 한다.

 

“나는 그분을 알고 또 그분의 말씀을 지킨다.”(요한 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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