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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3-31 00:28

성주간 월요일

2,278
김오석 라이문도

“마리아가 비싼 순 나르드 향유 한 리트라를 가져와서,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아 드렸다.”(요한 12,3)

 

사랑을 듬뿍 담고 있는 여인의 감수성은 놀랍도록 예민하다. 사랑은 상대편 눈썹의 작은 떨림조차 그 의미를 알아챈다. 마리아는 예수님을 그렇게 사랑했다. 그런 사랑을 해본 사람, 그런 사람이 있는 이는 행복하다.

잔치 분위기 속에서 마리아는 곧 닥칠 예수님의 죽음을 읽고 자신의 모든 것을 예수님께, 사랑하는 그이에게 쏟아낸다. 온 집안에 향유 냄새가 가득하도록...

사랑은 사람을 눈멀게 한다.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어도 넘치기는커녕 늘 부족하고 안쓰럽다. 다 내어 주었기에 빈손이 되어도, 충만한 기쁨으로 하늘을 난다. 그것이 사랑이다.

 

사랑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계산을 한다. 삼백 데나리온! 일꾼 한 사람의 1년 치 품삯이다. 이렇게 큰 돈을 그냥 쏟아버리다니...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면 좋을텐데... 그러나...

 

가장 가난한 이와 자신을 동일시한 예수님을 향한 사랑 없이 가난한 이에 대한 기업적 관점에는 가식과 위선, 허세와 명예 그리고 자기만족의 메카니즘만 있을 뿐이다.

 

나에게도 사랑이 있는가? 나의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어도 허기지지 않고 텅빈 충만을 기뻐할 그런 사랑이 있는가? 그런 사람이 있는가?

늘 계산하며 가식과 허세, 자기만족의 틀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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