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7 22:34
이유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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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순 엘리사벳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면,
어느만큼 걸어 왔는지 까마득하다.
주어진 길따라 짐 보따리를 껴안고
여기까지 왔다.
힘들다 길 섶에 던져 버린 것도 있고.
끝까지 움켜진 것도 있다.
보따리 안에
누군가 어거지로 쑤셔 넣어 준 것도 있다.
버릴 수가 없어서,
버려서는 안될 것 같아서
팔이 저리고 등이 휘어져도 가지고 왔다.
맨도쟈의 회개는 아니더라도
그래야만 될 것 같아서...
그러다가 어느날,
보따리가 나의 바람막이가 되었고,
잠을 청할 때에는 품어도 주었다.
외로울 때에는 친구가 되어 주었고,
나 홀로가 아님을 알게 해 준 동무였다.
그래서 보따리는 내가 살아야할 이유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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